말이 많아 슬픈 나의 두번째 '1인가구 식생활' 이야기.
이전 투머치토커의 이야기는 이전글을 참고하시길...
PART 2. 1인가구 식생활의 노하우
몇 년간의 잘 먹고 살기 프로젝트로 얻은 노하우를 밝히자니 갑자기 조금 망설여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1인가구 입문자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살짝 정리해보자면,
1. 대파 / 양파 / 청양고추 / 애호박 / 양배추 는 무조건 쟁여놓고 얼려둔다.
이 삼총사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채소류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무르고 썩고 난리도 아니다. 아무리 소량으로 파는 아이를 사더라도, 얘네들이 썩거나 짓무르거나 시들기 전에 다 먹어치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매일 매일 삼시세끼를 집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서 그것만 먹는다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하루에 한끼 정도,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면 이삼일에 한끼 정도를 집에서 챙겨먹기 때문에, 무조건 저장하는 습관이 생겼다.
- 대파는 송송송송 썰어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얼린다.
- 양파는 두가지 모양으로 썰어서 얼리는데, 하나는 네모난 모양으로 썰어서 찌개류에 사용하고, 하나는 길쭉 길쭉 하게 썰어서 볶음요리류에 활용한다. 이건 뭐 취향차이니까 한가지 방법만 선택해도 상관이 없다.
- 청양고추도 송송 썰어서, 애호박도 송송송송 썰어서, 양배추도 촵촵촵촵 썰어서 지퍼백에 넣고 얼려둔다. 특히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긴데 양배추를 얼리면 무슨 무슨 막이 파괴되어서 무슨 무슨 뭐가 더 잘 흡수되기 때문에, 살도 더 잘 빠진다고 한다. (제대로 주운 게 없는 것 같은..고유명사에 약한 걸로 해두자)
이정도만 있어도 웬만한 한식 요리는 거뜬 하다.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꺼내어 쓰면 된다. 맛도 전혀 다르지 않다. 어차피 엄청난 요리를 만들 것도 아니니까. 지퍼백의 사용을 줄이고 싶으면 다회용 용기를 활용해도 된다. 하지만 소분이 가능한, 그러니까 1인분씩 떼어낼 수 있도록 칸이 나눠진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2. 밥은 한 번 할 때 많이 해서 얼리거나 냉장보관 한다.
이정도면 다 얼리는 수준이긴 한데, 이렇게 해둬야 밥을 챙겨 먹는다. 매 번 밥 먹을 때마다 갓 지은 밥을 먹는다면 참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고 늘 퇴근해서 돌아올 때면, 당장 내 입에 밥을 넣겠어! 하는 마음가짐으로 배고픔에 허덕이며 현관문을 여는 나로서는, 들어와서 쌀을 씻고 밥이 되길 기다렸다가 밥을 먹는다? No, No. 불가능한 일이다. 다이소에도 밥을 맛있게 보관할 수 있는 좋은 기능성 밥그릇들이 많이 나와있다. 본인 양에 맞는 타파통(~락 류의 용기들)을 사서 거기에 3~4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을 해둔다. 보통 주말 저녁에 해두면 일주일 저녁은 문제 없다. 잡곡을 많이 섞어 하면 건강식도 된다. 나는 대체로 냉동보관보다는 냉장보관을 선호하는 편이다. 전자레인지 2분이면 막한 밥처럼 뜨끈 뜨끈한 밥을 매일 저녁 먹을 수 있는 것이다!
3. 반찬은 덜어 먹는다.
집에서 반찬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시면 뭐하나, 반찬가게에서 큰 맘먹고 집반찬들을 구입해놓으면 뭐하나. 자주 안먹으니 반찬들은 냉장고에서 신선하게 썩어갈 뿐이다. 이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금 귀찮지만 덜어먹기. 식판이나 동그랗고 긴 그릇 하나를 활용하면 좋다. 거기에 밥까지 덜어먹으면 설거지거리도 줄어드니 일석이조다. 깨끗한 젓가락으로 조금씩 덜어먹으면 확실히 반찬이 오래 간다. 귀찮다고 반찬통을 전부다 꺼내어놓고 먹는 것보다는, 조금 귀찮더라도 먹을 만큼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나의 소중한 반찬을 지키는 길이다.
4. 찌개는 3인분 정도만 끓이자.
처음에는 집에서 엄마가 만들던 양을 보고 만들었다가 일주일 내내 된장찌개만 먹어야 했다. 갈수록 우러나고 우러나고 또 우러난 된장국을 울며 먹었다. (?) 적당량은 딱 3인분인 것 같다. 2인분은 뭔가 섭섭하고, 맛있으면 한그릇 더 먹을 수도 있으니까, 3인분 정도면 2~3일 식사는 든든하게 따뜻한 국물과 먹을 수 있다. 대략 아까 얼려둔 재료를 한 주먹씩 집어넣으면 2~3인분이 나온다. 나는 손이 조금 큰 편이긴 하다.
PART 3. 1인가구 식생활의 레벨업
이렇게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가며 1인가구의 식생활을 즐기다보니, 요즘에는 조금씩 특식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특식 역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것! 대부분이 볶음면 요리나 파스타다. 요즘은 두부면 파스타에 빠져서 열심히 먹고 있다. 두부면은 특히나 면을 익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파스타는 생각보다 의외로 간단해서 많은 분들이 집에서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은 굴소스나 치킨스톡, 혹은 바질페스토 한 병 정도 사놓으면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마늘의 민족인 우리에게는 마늘이라는 극강의 향신료+야채도 있지 않은가. 후후후.
다진마늘과 함께 통마늘 혹은 썬 마늘을 넣고 기름에 좀 볶다가 페퍼론치노나 청양고추도 있으면 좀 볶다가, 면을 넣고 마구 섞고 간은 굴소스나 치킨스톡 혹은 소금으르 맞추면 땡이다.
요리에 1도 관심 없던 내가, 자신있는 요리라고는 대학 MT가서 끓이던 라면죽 뿐이던 내가, 1인가구가 되고 요리에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나 자신을 위해 정성이 담긴 요리를 만드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인가구라고 대충 김밥 한 줄로 때우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계란프라이 하나라도 예쁜 그릇에 올려 먹어보자. 혼자 사는 일이 더 즐겁고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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