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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1인 가구의 식생활 / 나 혼자 잘 먹고 살기 (1)

by 해이나 2021. 10. 8.

나는 1인 가구다. 1인가구의 좋은 점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나쁜 점을 나열하자고 해도 한도 끝도 없다. 그중 가장 잦은 빈도로 단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먹는 것'이다. 혼자 먹을 음식을 만들자니 귀찮고, 배달시키자니 너무 비싸고, 안 먹자니 배고프고. 이건 뭐... 

처음 1인가구가 되었을 때 주로 애용했던 것은 퇴근길 꼭 들러가던 편의점의 도시락이었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편의점 도시락이 먹기 좋게 나열되어 있던지.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 나름대로 영양 균형도 맞춰진 것 같고. 한 끼 딱 먹고 씻어서 재활용 내버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편의성의 끝판왕이었다. 가끔 편의점 도시락이 물리면 한솥도시락 같은 도시락을 사 먹는다거나(조금 특별한 날에는 본 도시락도 고급지고 맛이 좋다) 김치볶음밥을 직접 해먹기도 했다. 

이렇게 식생활을 1~2년 지속하니, 몸에 문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가렵고, 온 몸이 축축 늘어지고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다. 손톱 끝이 갈라지고 자주 부러지기도 했다. 양치하다가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경우도 생겼다. 물론, 이 모든 게 100% 그러한 식생활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 부분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잘 해먹고 살기로. 

그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고, 1인가구가 된 지도 햇수로 6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룰이나 노하우(?) 같은 것도 생겼다. 아직 할 줄 아는 요리도 많이 없고, 1인 가구 선배들(?)에 비하면 별 볼 일 없는 조무래기에 불과하겠지만, 요리 똥 손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발전한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스스로를 칭찬한다. (?????) 

아무도 안 궁금해 하는 1인 가구의 식생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노하우를 살짝 기록해보려고 한다. 

가자미 미역국과, 명란청양고추쌈장, 파김치와 총각김치, 얼렸다가 녹인 현미밥. 그야말로 1인가구의 한식 정찬이다!

 

PART 1. 1인가구 식생활의 조건

무엇보다 간편해야 한다. 간편은 조리 과정은 물론 뒤처리까지 포함한다. 조리과정이 더럽게 복잡하거나, 뭘 다듬고 씻고 손질하고, 1시간을 뜸을 들이고 하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럴 여유도 없다. 1인 가구에게는 방바닥 머리카락 줍기, TV에 쌓인 먼지 물티슈로 걷어내기, 안 걷은 빨래 걷는 둥 마는 둥 하기 등등 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설거지가 너무 어려운 것도 탈락이다. 

같은 맥락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대량 생산되는 것도 무조건 탈락이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사용할 경우, 그 봉투 가득 음쓰를 모아 버리는 것은 1인 가구에게는 매우 불가능한 일에 가깝고, 음식물만 내다 버리는 경우도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싹싹 다 긁어먹을 수 있고, 전부 다 씹어먹을 수 있는 재료와 음식이 좋다. 뼈, 가시, 껍데기 이런 거 남으면 아주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냄새가 적어야 한다. 1인가구가 방 세 칸에 창문 달린 분리형 부엌에서 사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원룸, 조금 더 조건이 좋아지면 복층 원룸이나 투룸 정도가 아닐까? (아닙니까?) 이런 곳에서는 대부분 부엌은 환풍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맞바람이 통하는 곳도 드물다. 때문에 조리를 할 때 냄새가 난다면, 탈락 탈락, 트리플 탈락이다. 일주일 내내 내가 뭘 먹었는지 사람들한테 광고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기거나,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옆에 탄 모르는 사람이 친구에게 "야, 어디서 맛있는 냄새나지 않냐?"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이불에서 나는 음식 냄새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을 날마다 꿀 수도 있다. (좋은 거 아닌가?) 어쨌든, 냄새 빼기가 힘든 만큼 냄새를 최소화하는 음식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

-생선구이 탈락(에어프라이어 있으면 조금 덜 하다고 하지만 나는 없음)

-껍질 까야 하는 과일 탈락(귤은 합격),

-닭볶음탕 탈락 (1인분 조리 불가능. 나만 불가능일 수도..)

 기타 등등 탈락 탈락. 

탈락의 향연 속에서 그래도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다. 

남기지 않기 위해 두부김치는 두부 한 모를 한 번에 먹는다. 핑계아님.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뭐 쓸 글이 있을까 싶었는데, 내가 투머치토커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는 글도 쓸데없이 길게 쓰는 구나... 나는 글 쓸 때도 글이 많구나.... 말만 많은 게 아니구나....

어쨌든 그래서 2편에서 이어진다. 
2편에서는 나름의 노하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